먼저 베타테스트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Earphoneworld에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개발자분께도 노고의 인사를 드립니다.

글의 성격상 존칭을 쓰지 않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론>

몇개월 전 HeadphoneCorea의 게시판에 어느 한 이어폰 개발자라는 분의 글이 올라왔다. 가상채널을 적용한 이어폰을 개발 중인

데, 알파 테스트를 좀 해 달라는 글이었다. 운영자 분은 이어폰에 그렇게 관심이 높은 건 아니지만, 처음있는 시도고 헤드폰

과의 비교를 원하는 거라면 기꺼이 응하겠다라는 멘트를 남겼다. 가상채널? 그게 가능한 걸까? 당시 일부 컴퓨터 게임용

헤드폰에서 가상채널을 도입한다고 하여 진동판 3~4개를 넣어 만드는 제품이 나와 있었는데, 그 성능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이

었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대단할 거라 생각지 않았고, 한동안 잊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날 실제 제품 발표가 임박했다는 전자

신문의 글을 읽었고 이상하게 이번엔 호기심이 생겼다. 그리고 마침 Earphoneworld에서 베타테스트(필트테스트)를 시행한다는

메일을 받았다. 망설일 것 없이 응모했고, 신이 도운 탓인지... 당첨되어 제품을 받기에 이르렀다.

<본론>

1. 제품의 외형 : 테스트 제품이므로 제품의 외형에 대해서 그렇게 많은 언급을 하지 말아달라는 요구가 있었으나, 실제 제품

출시가 며칠 전 되었고, 모양이 같으므로 제품의 외형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져 버렸다.

MCP-101의 모습은 처음 보면 다소 이상하다. 착용 시 귀구멍 뒤에 가게되는 부분에 구멍이 나 있고 구멍 안을 들여다 보면

하나의 판으로 나누어져 있다. 거기서도 소리가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거기로 공기의 압력이 나오게 되어 고막에 부담을

줄이게 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독특한 외형인 것 만은 틀림없다. 그리고 예고되었던 데로 진동판 후방에는 덕트가 없고

작은 구멍 하나만 있다. 그곳으로 공기가 유입되는 모양인데, 진동판 바로 뒤가 아닌 진동판 아래 부분이라 역시 직접적인 공기

유입은 안될 듯...

은빛의 유닛은 어찌보면 조금 싸구려 틱하지만, 다른 주변인들의 평은 예쁘다는 것이었다. 무광의 은색, 그리고 금빛으로 마무리

된 아래 부분은 약간의 고급스러움마저 풍긴다나? 여튼 사진이 제품 소개란에 있으니, 직접 보시고 판단하셔도 좋을 듯 하다.

2. 착용감

같은 가격대의 다른 이어폰들에 비해서 소재 상의 차이 때문인지... 조금 더 무겁다. 그 때문에 귀에 꼽으면 상당히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귀구멍이 커서 어지간한 이어폰은 움직여서 때론 거슬리기 쉬운 필자에게 기분좋은 부분이었다. 유닛이 귀에

꼭 맞는 것도 아닌데, 어지간한 움직임에는 떨어지지 않으니, 이보다 착용감이 좋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3. 음질

1) 솜 착용 전

(1) 고음 : 매우 깔끔하다. 기대 이상이다. 필자의 주력 이어폰은 E700으로 카랑카랑한 고음을 자랑하는 리시버이다. MCP-101은

E700의 카랑카랑한 매력을 잊게 하기에 충분할 만큼 깔끔한 고음을 들려준다. 공간감도 어느 정도 있어서 고가 이어폰인 E700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날카로움은 조금 부족하고, 나중에 이야기하겠지만, 고막에 전달되는 힘이 약해서 뭔가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2) 중저음 : 칭찬할 만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트집을 잡을 수도 없다. 그만큼 무난한 소리를 들려준다는 것이다.

악기나, 보컬음 하나하나를 잘 잡아주는 성향이라 듣기에 편안하다.

(3) 저음 : 많은 유저들이 공감할 부분인데, 양에서부터 질까지 모자란 부분이 많다. 일단 Short BASS는 어느 정도 있는 편이지만

Long BASS는 거의 전무하다. 울림이 적어 음악을 들을때 허전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생길 때가 많다. 질 적인 면에서도, 저음은

조금 거칠고 단단한 것이 좋은데, 이어폰의 특성 때문인지, 여전히 소프트하고 부드럽다. 자세한 것은 후에 다시 언급하겠다.

2) 솜 착용 후

저음과 중저음에 약간 더 살이 붙긴한다. 질 적인 면은 변함이 없지만, 양적인 면은 어느 정도 극복되는 듯... 하지만, 가장

훌륭한 고음이 감쇠되어 개인적인 의견상 권하고 싶지 않다. 차라리 EQ를 조절하여 저음과 중저음의 보강을 꾀하는 편이 나을 듯

싶다.

3) 이어폰의 특성과 관련하여 음질에 대해...

이어폰이 가상 채널을 의식하여 만들어진 탓에 직접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의 소리가 현저히 줄었다. 모든 소리가 멀어져 있는 상태

로 들리며, 특히 코러스음은 정말 현장에서 듣는 것처럼 후방에서 파도처럼 밀려오는 것처럼 들린다. 이것은 매우 큰 장점이라

하겠다. 하지만 모든 소리가 그러한 성향을 띄어 버리면, 보컬의 샤우트나 고음 처리 등이 마음에 와 닿을 만큼 고막을 울려주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바로 그러한 점이 MCP-101의 단점이 된 듯 하다. 역시 가장 큰 장점은 가장 큰 단점이 되는 모양이다.

4) 공간감

휼륭하다고 할 수 있다. MX400보다 수평적으로는 부족하지만, 수직적으로 더욱 뛰어나다. 귀 주변에 반경 30cm짜리 원을 그린

다고 생각하면 딱 알맞다. 여타 이어폰처럼 원이 끊어지거나 하지 않고, 잘 이어져 있어 녹음할 때 스테레오 느낌을 준 부분은

정확하게 느낄 수 있다. 개발자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4. 귀에 오는 부담감

필자도 개발자처럼 귀에 꼽은채로 자 보았다. 다른 이어폰 처럼 다음날 머리가 아프고 뭔가 잠이 부족한 듯한 기분은 확실히

덜했고, 3~4시간의 장시간 사용도 어렵지 않았다. 그만큼 공기로 인한 고막의 피로는 적은 듯 하다.

5. 장르별 매칭

1) 팝 : 코러스가 많은 곡에서는 매우 훌륭한 소리를 내어 준다. 코러스가 정확히 소리를 배분해서 들리므로 다른 이어폰에서

느끼지 못한 기쁨을 누리는 의외의 발견이 아마도 상당한 즐거움일 것이다. 하지만, 솔로 악기에 솔로 보컬로 이루어진 단촐한

곡을 들으면 가뜩이나 허전한 곡인데, 더욱 허전하게 들려 뭔가 쓸쓸한 정도이니... 어찌해야 할꼬?

2) Classic : 현악의 소리는 매우 훌륭하지만, 저음성의 관악이 많이 죽어버려서... 싫어하는 유저가 제법 있을 거 같다.

특히, Oboe 솔로곡을 한번 들어보았는데, 아마 이 이어폰을 사용하면서 실망한 적이 있다면 바로 그때였을 거다.

3) HipHop : Short BASS가 어느 정도 좋은 탓인지... 생각보다는 매칭이 괜찮았다. 솜을 끼우고 사용한다면, 꽤 괜찮을 것!

4) JaZZ : 브론즈 소리가 그 울림을 적게 하니, 다른 이어폰들에 비해 매칭이 떨어진다. 개발자 분에 따르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 거라는데, 일주일 열심히 에이징하면서 들어본 개인적인 생각으론 가장 매칭이 떨어지는 장르가 아닐까 한다.

5) New Age : Classic과 비슷한 성향의 음악이지만, 관악보다는 현악의 비중이 큰 탓에 괜찮은 매칭이다. 가장 좋은 매칭이라고

생각되는...

6. 총평

처음으로 시도된 가상채널이어폰. 그 시도가 좋았고 결과 또한 나쁘진 않았다. 하지만, 아직 개발 초기이기에 넘어야 할 산들이

많아 보인다. 진정한 입체감을 위해서 가까운 소리는 더없이 가깝게, 먼 소리는 그만큼 멀게 들려주어야 하는 임무를 띈 것이다.

조만간 MCP-102라는 좀더 개선된 모델이 나올 것이라 하니, 그 제품에 앞서 말한 임무를 기대해 본다.

생각보다 가격이 낮게 책정된 탓에 가격대 성능비는 아주 훌륭한 이어폰이 되어 버렸다. 조만간 많은 MP3에서 번들로 채용될 수도

있을 거라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