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에 발간된 책인데, 좀 길긴한데 재미있는 글이 있어서 적어봅니다.^^

원음과 재생음

옛날에는 음악 감상이란 음악회에 가서 실제 연주를 듣는 것만을 의미했으나,
지금은 녹음된 것 또는 전파 곧 오디오를 통해서 듣는 방법이 훨씰 많아졌다.
그러나 지금도 가끔 음악은 생음악으로 들어야 음악이지 재생 장치를 통하여
듣는 것은 '통조림 음악'으로서 보조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최근 음향 기술의 진보는 연주회에서의 생음악
못지않는 음질과 분위기를 재현시켜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곧 현시점에서
오디오라고 부르고 있는 재생음이 원음 못지 않거나 어설픈 연주회장보다는
오히려 더 낫다고 하는 실례는 많이 있다.

예건대 10여 년 전 외국의 유명한 오디오 제작회사가 연주회장에서 실내악단
에게 연주를 시키면서 커튼을 치고 중간에 미리 녹음한 레코드 연주로 바꿔
치기를 했는데 그 자리에 입회한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교 연구는 한두 번이 아니었으며 더욱 놀라운 것은 실내악단이
아닌 대편성의 오케스트라 연주에 있어서도 앞의 예와 같은 경우가 있었는데
참석자 1천 6백여 명 가운데 사실을 안 사람은 14명에 불과했다는 예도 있다.

어설픈 연주회장이 아닌 상당히 잘 꾸며진 콘서트 홀에서도 대편성의 오케스
트라의 경우를 제외하면 앉은 위치에 따라서 원음이 재생음보다 훨씬 못할
경우가 많다. 곧 1층 앞자리에서는 음의 대부분이 머리 위쪽으로 지나쳐
버리고 2층에서는 음량감은 압도적이지만 음이 너무 굵어 섬세한 감이 적으며
피아노 소리도 좋지 않다. 뿐만 아니라 옆자리에 음악을 들을 줄 모르는
사람과 동석이라도 한다면 음악을 즐긴다기보다는 불쾌감만을 얻게 될 수도
있다.

이에 비하여 오디오는 자기 혼자서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듣고 싶을 때,
듣고 싶은 곡을 자신이 좋아하는 음량으로 자유롭게 들을 수 있으며, 좋아하
는 곡이라면 몇 번이라도 반복하여 들을 수 있는 등 장점이 많다. 심야에
조용하게 자기가 좋아하는 곡을 최고 연주가의 연주로 듣고 있노라면
현대에 살고 있는 행복감을 저절로 느끼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더욱이 최근 오디오 기기의 성능은 확실히 좋아져 옛날에 비할바 아니며
비용만 고려하지 않는다면 수치상으로 보아 원음과 거의 차이가 없는 측청치
를 얻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일부 오디오의 재생음과 원음을
비교할 때 상당한 차이를 느끼게 되는데 이것은 현재의 재생기의 음이 무엇
인가 부족한 것이 있거나 불필요한 것이 가미되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일부 음악 애호가들 가운데에는 최근의 재생기기는 모양과
기능에 있어서는 좋아지고 다양해졌지만 음에 있어서는 좋아지기는 커녕
오히려 나빠졌다고 단언하는 사람조차 있을 정도이다. 그렇다면 그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단 하난일 것 같다. 오디오 기기를 만드는
쪽이나 이를 사서 듣는 쪽이나 모두 과연 진짜음을 알고 있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우리 모두가 현대의 눈부시게 변하는 메커니즘에만 너무 집착한 나머지 가끔
접하는 실제음이 잊혀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좋은 기계의 선택 기준을 모르
거나 잊어버리고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아무리 값비싼 기계일
지라도 그곳에서 나오는 음에 음악성이 담겨있지 않으면 최고음이 어떻고,
최저음이 어떻다 하여도 일시적인 놀라움은 줄지언정 얼마 안 되어 피로감과
싫증만을 안겨줄 뿐 감동은 주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최근 2,3 년 사이에
우리나라에도 수입 자유화와 더불어 최고품을 표방한 값비싼 제품과 국내제품
도 다양한 기능을 첨가한 고가품들이 갑자기 범람하기 시작했는데 그 가운데
에 과연 음악서을 담았다고 할 수 있는 제품은 얼마나 있을 것인지......

현시점에서는 오디오 소재인 레코드(아날로그, CD 모두)나 테이프 및 방송 등
그 녹음이나 제작 기술에 있어서는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완전한 것이기 때문에 재생 장치의 선택 문제는 더욱 중요도를 더해
가고 있다.

오디오에 대한 소재나 기술은 현재에도 발전하고 있으므로 가격이 높아지고
새로운 제품이면 물론 성능은 향상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비용 상승의
폭은 그것을 훨씬 앞지르므로 극히 적은 원음에의 접근이 막대한 비용을
요구하며, 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도 원음에 더욱 가까워지고 비슷할지언정
원음 그 자체가 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곧 원음과 재생음이 일치하는
일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없을 것이다. 과학자들은 그것을 알면서도 보다
원음에 접근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가정에서
음악을 감상하는 데 사용하는 오디오에는 어느 시점에서 한계가 있게 마련
이다.


※출처 : 대원사 빛깔있는 책들 중 오디오(글,사진/전창훈)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