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세계 1
\n
\n우리는 항상 주변의 온갖 소리를 듣고 있지만, 사실 그 소리가 어떤 영역의 소리인지 정확히 이해하면서 지내는 경우가 많지 않다. 왜? 그것을 정확히 이해하고 듣고 있다면 피곤하니까. 아니 피곤함이 지나쳐서 돌아버리거나 정상이 아닌 사람이 된다. (그런데 돌아버리는 것하고 정상이 아닌 것하고는 뭐가 다른데?)
\n
\n다시 말해서 길을 가다가 자동차가 '아저씨! 길 좀 비켜 줘!' 하면서 '빵빵'거리고 있는데, 길 비킬 생각은 안하고 '아하! 이건 몇 헤르츠에 해당하는 소리야!'
\n하면서 계속 걷고 있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나머지 일들은장의사가 알아서 해줄 것이다.
\n
\n또 직장 상사가 화가 나서 '여봐요! 이거 일 제대로 할 수 없어요?'
\n하면서 책상을 꽝 하고 내려쳤는데, 그 꽝 소리를 듣고 '으흥--- 사장님 그건 몇 헤르츠의 소리입니다.' 하면 아마도 조만간 '집에 가서 애나 보셔!' 하는 수가 생길 것이다.
\n
\n또 집이나 연주회장에서 음악감상을 하는데 바이올린이 연주되고 있는 경우,
\n'헤헤 713헤르츠에서 지금 막 2천781헤르츠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1천354헤르츠로 변하고, 또 두줄이 따로 내는 헤르츠는 각각 1천450헤르츠와 2천433헤르츠 어쩌구 저쩌구...' 하고 있다면 이건 음악 감상이 아니라 소리의 대역별 분석을
\n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n
\n그런데 한술 더 떠서 심포니가 연주되고 있으면 어떻게 하나? 각종의 악기가 저마다의 대역으로 소리를 내고 있는데 그것을 한꺼번에 하나씩 머릿속으로 수치적 대역을 정하고 있다면 정말 돌아버릴 것이다. 사실 사람의 능력으로 그렇게 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n
\n보통 이렇게 소리의 각기 다른 대역을 '주파수(Frequency:1초 동안에 발생하는 공기의 진동수, 즉 기압의 높낮이가 1초 동안 몇번 일어나는 지를 그 횟수로 나타낸다)'라고 하는데, 그 대역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그 소리의 진동 횟수라고 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그 대역을 구분하는 원리는 주파수의 배수를
\n한 옥타브로 본다. 즉, 20-40, 40-80, 80-160, 160-320...
\n(지금 물리공부 사간은 아닌데...)
\n
\n사람이 들을 수 있는 이른바 가청대역은 20 헤르츠부터 2만 헤르츠까지라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 성인이 들을 수 있는 소리의 대역은 훨씬 더 좁다는 것이 일반론이다. 즉, 여러 가지 잡음과 공해 등에 노출됨으로 인해 귀의 청취능력이 떨어져 통상 30-40 헤르츠부터 1만2천-1만5천 헤르츠가 고작이라고 한다.
\n그 잡음과 공해 중에 아마도 귀를 제일 못쓰게 만드는 소리는 '집쥔들의 바가지 소리'가 아닌가 생각된다. (아님 말구)
\n
\n나이를 먹으면 귀가 높은 대역을 못 듣는 것 뿐만아니라 음량을 청취하는 능력도 현저히 떨어진다. 그런데 이것이 높은 대역에서는 유독 더하다. 즉 남자의 경우 3천5백 헤르츠의 소리를 10대의 팔팔한 사람과 50대의 '쉰세대'가 같이 듣고
\n있다면, 쉰세대는 팔팔한 사람 보다 27 데시벨(음압 레벨:소리의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 인간이 소리로 느낄 수 있는 최소 음압인 0.0002 마이크로바를 기준으로 측정된 음압과 그 기준음압비 상용 대수를 20배한 수치)이나 더 높은 음량으로 들어야 똑같이 들린다.
\n
\n한편 남자는 1천5백 헤르츠 정도의 중음 이하의 소리는 여자보다 훨씬 잘 들을 수 있으나 그 이상의 소리는 여자가 더 잘 듣는다. 아마도 여자들은 높은 소리로 악쓰고 남자는 낮은 목소리로 '난 몰라!' 하며 응수해서 그렇게 듣는 영역도 달라지는 것이 아닌가 모르겠다.
\n
\n어쨌든 이렇게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의 주파수를 대역으로 크게 구분하면 다 알다시피 고음(treble), 중음(midrange), 저음 (bass)으로 나뉘는데, 이것을 보다 세분하면 다음과 같다.
\n
\n: 주파수 대역(Hz) : 음 역
\n============================
\n: 20-40 : 초저음(deep bass)
\n: 40-80 : 중저음(mid bass)
\n: 80-160 : 높은 저음(upper bass)
\n: 160-320 : 낮음 중음(lower midrange)
\n: 320-640 : 중간 중음(middle midrange)
\n: 640-1,280 : 높은 중음(upper midrange)
\n: 1,280-2,560 : 낮은 고음(lower treble)
\n: 2,560-5,120 : 중간 고음(middle treble)
\n: 5,120-10,240 : 높은 고음(upper treble)
\n: 10,240-20,480 : 초고음(top octave)
\n==================================================
\n
\n역별로 소리의 사례를 몇가지 들어보면, 우선 초저음과 중저음의 소리는 파이프 오르간의 아주 낮은 음에서 나는 소리이다. 하지만 실제로 40 헤르츠 언저리의 음은 귀에 들리는 것이 아니라 부르르 떠는 진동으로 느껴진다. 아파트같은 곳에서 대음량으로 파이프 오르간의 연주곡을 올려놓고 15인치나 18인치 정도되는
\n스피커 우퍼로 그 진동을 맛보고 있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랫집, 윗집, 옆집에서 각목들고 쫓아올 것이다. 패 죽인다고...
\n
\n중음 대역은 일반적인 사람의 목소리 정도라고 생각하면 크게 틀리지 않는 것
\n같다. 디히트리 피셔 디스카우 같은 목소리로 한자락 깔고 낮게 이야기하는
\n정도부터 남자들이 언성을 작게 높이는 정도라고나 할까.(열받아서 언성 높이는데 작게 높여지는가는 잘 모르겠다.)
\n
\n하여튼 사람의 목소리는 가장 낮은 음이 90 헤르츠 정도, 높은 음이 1천200 헤르츠 정도라고 하니 좌우간 중음대에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동일한 소리라도
\n옥타브가 높아지는 배음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 사람의 목소리는 서너 옥타브가 높은 몇천 헤르츠 정도의 배음도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고음과도 관련이 된다.
\n
\n고음역은 아주 이해하기 쉽다. 집쥔 들이 그냥 이야기할 때에는 높은 중음 대역이지만 일단 바가지를 긁기 시작하면 그 바가지 긁는 소리의 우수차 배음(짝수차 배음)이 고음 대역으로 들어간다. 열이 받기 시작할 때의 소리 배음은 낮은 고음, 열받아서 마구 해 댈 때의 소리 배음은 중간 고음, 그리고 아주 열받아서 마지막으로 '쥑여---!' 라고 하면 그 배음의 끝은 높은 고음정도일 것이다.
\n그래도 초고음은 안나온다. 우헤헤헤.
\n
\n그런데 예전에는 하숙생한테 두들겨 맞아서 '쥑여---!' 라고하는 집쥔 들이 많았지만 요즈음에는 집쥔 들한테 두들겨 맞는 하숙생이 더 많다는전설이 있다.
\n따라서 어쩌면 '쥑여---!'가 아니라 '나가---!'가 더 맞는 버전 아닌가
\n모르겠다.
\n
\n초고음까지 내는 악기는 피콜로와 바이올린인데 우리가 비교적 쉽게 들어볼 수 있는 것이 바이올린이다. 물론 높은 중음 대역부터 바이올린 소리가 나오지만
\n바이올린은 초고역까지 나온다. 물론 이 초고역의 소리는 실제 바이올린의
\n기본 주파수 소리는 아니고 우수차 배음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바이올린은 실제 배음을 제외하면 190 헤르츠 정도부터 3천100 헤르츠 정도까지의 소리를 낸다.
\n
\n그러나 배음을 포함하면 2옥타브 정도 높은 배음이 나온다.
\n그렇다고, 2만 헤르츠 정도는 아니고 1만2천-1만3천 헤르츠 정도이다. 그러면
\n사람이 들을 수 있는 고음의 한계인 2만 헤르츠에 가까운 소리는 어떤 것일까. 이 대역은 소리의 공해나 오염에 아직 덜 노출된 아이들이 더 잘 듣는다.
\n또 어렸을 때부터 비교적 음악을 많이 듣고 자란 어른들이면 들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귀가 그 대역의 소리를 잊어버리지 않도록 저절로 훈련이 되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쥑여---!' 또는 '나가---!'등의 소리를 많이 들어도 그렇게 훈련이 되는 지는 잘 모르겠다. (잘 안 된다지 아마)
\n
\n어쨋든 1만5천 헤르츠가 넘는 소리는 가끔 한물간 TV에서 난다.
\n즉 멀쩡한 상태의 TV에서는 그런 소리가 안나는데 망가지기 직전의 TV 또는
\n과거 진공관을 쓴 고물 라디오에서 아주 작은 소리로 '삐---' 혹은 '피---'하는 소리가 나는 경우가 있다. TV브라운관은 쉽게 이야기해서 아주 큰 진공관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이 맛이 가면 발진을 한다. 그 발진하는 소리가 바로 1만5천 헤르츠 이상 2만 헤르츠 언저리의 초고음역대의 소리이다.
\n
\n그런데 그것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정말 극히 드물다. 앰프의 경우 진공관이 발진을 하면 이것이 마이크로포닉 노이즈가 되어 더 크게 스피커로 나오기 때문에 알 수 있고 괄호열고 사실 이것도 못듣는 사람이 더 많다 괄호닫고 또 요즘의 TV는 브라운관이 20인치 정도 되니까 상당히 밝은 귀를 가진 사람 정도면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하지만 예전의 TV는 9인치, 12인치, 14인치 이런 정도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 있는 또 다른 진공관 한알이 발진을 해도 소리를
\n내는부분 쪽의 진공관이 아니면 거의 찾아내기 어려운 소리가 바로
\n이 소리이다. 그렇다면 너는 그 소리 찾아내냐구? ('아니?!')
\n
\n
\n※출처 : 김선호님의 음악과 오디오 그리고 ESSAY 중
\n 헤르츠 이야기 - 1 (소리의 세계)